카메라

from diary 2005/03/28 04:04


Hanos' Diary #806, 월요일, 봄이왔네


어린시절 내가 가장 좋아했던 놀이는
이면지를 펼쳐놓고, 워크맨, CDP, 라디오, 리모콘 등등을
하염없이 그리고 또 그리는 것이었다.
내가 바라고 또 갖고 싶은대로
본체, 버튼의 배치나 모양을 바꾸고
마무리로 삐뚤빼뚤 레터링을 하는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 가 없었다.

수능성적을 올리는 일에 1g도 도움이 되지 않는 낙서를 그만두고
정석과 씨름하던 고딩시절
"나보고 밤새 카메라를 그리라고 하면 백개라도 그리겠는데
수능공부는 도저히 못하겠다" 라는 말을 읊조리곤 했었다.

중학교 이후로 엄두도 못냈었는데
왜 갑자기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지.
사실 카메라는 그려본 적이 없었는데
왜 하필 카메라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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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병특을 마치고 대학 졸업반이 된 나에게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재우는 디지털 카메라 팀에 들어가는게 좋겠다."

내심 다른 팀에 들어가고 싶어했던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카메라.. 카메라?

대학에 와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면서도 ,
회사에 취직해 디카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면서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10년전 이야기

그토록 바랬던 카메라를 정말로 원없이 그리게 되었다.
밤새 숙제를 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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