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고민있어요

from concern 2006/09/11 20:46


출처:
김규항의 블로그
http://www.gyuhang.net



Q
"중학교 가기 전에 초등 공부 완전히 익혀야 한다."는 엄마의 성화로 영어와 수학 학원에 다니기로 했어요. 지금까진 태권도와 피아노 학원만 다녔거든요. 8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해야 해요. 학원은 꼭 다녀야 하는 건가요? 학교에서 배운 걸로 충분하지 않나요? 학원 다니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함께 놀 친구가 점점 없어져요. 학운 가긴 싫지만 친구들 학원 다니는 거 보면 "이러다 나만 뒤쳐지는 거 아닐까." 불안하기도 하고요.

A
음, 정말 어려운 문제인 걸. 어려운 문제일수록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는 것 잘 알지? 그럼 질문부터. 우리가 공부하는 이유는 뭘까? 사람이 되기 위해서야. 물론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몸은 이미 사람이지만 사람답게 생각하고 행동하기 위해선 배울 게 많은 거지. 그래서 우리는 공부를 해.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가 달라졌어.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보다 앞서기 위해서로. 동무도 "이러다 나만 뒤쳐지는 거 아닐까." 불안하다고 했지?

그걸 경쟁이라고 해. 경쟁은 시험 점수로 결정이 되지. 그래서 사람들은 공부를 하는 이유보다는 시험 점수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 학교에서 선생님과 공부하는 것보다는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요령이 담긴 문제집이나 학원 같은 데가 공부의 주인공이 되었지. 물론 이건 잘못된 거야. 공부는 학교에 다니는 걸로 충분해야 해. 나머진 동무들과 맘껏 뛰어놀고 생각을 키워나가는 시간이어야지. 삼촌 생각엔 그게 더 중요한 공부라는 생각도 들어. 그래야 멋진 어른이 되고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으니까.

그런데 왜 엄마는 학원에 가라고 하시는 걸까? 엄마는 그런 공부 방법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시는 걸까? 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아. 하지만 성적이 떨어지면 대학에 가기 어렵고 대학을 안 가면 동무가 살기 힘들어질까봐 걱정하시는 거야. 게다가 세상은 점점 더 경쟁이 심해지고 있거든. 엄마는 정말 동무의 미래를 걱정하시는 거야.

고래 삼촌 생각엔 엄마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 이해한다고 해서 엄마 생각을 무작정 따르라는 건 아니야. 이해한다는 건 대화를 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한다는 뜻이야. 대화란 서로의 생각을 합쳐서 더 나은 생각을 만들어가는 일이지. 이런 질문들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엄마가 동무 만할 때는 공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그 생각이 달라졌다면 언제 어떤 과정을 통해 달라졌는지, 공부를 못하면 꼭 불행하게 사는 건지, 돈이나 좋은 집이나 남이 부러워하는 직업 같은 것 말고 사람의 행복을 결정하는 게 뭔지.

차분하고 공손하게 말씀드려봐. 그럼 동무와 엄마의 생각이 천천히 합쳐지기 시작할 거야. 엄마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 잊지 말고. 힘내, 고래처럼!

(참고로 하는 이야기)
잘못된 공부가 판치는 현실에 대한 고민 끝에 전혀 다른 선택을 하는 동무나 부모님들도 있어. 아예 깊은 시골로 들어가서 자연과 함께 살거나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는 경우(홈스쿨링이라고 해요)도 있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작은 학교(대안학교라고 해요)를 만들기도 해.
고래 삼촌은 그런 선택이 언제나 훌륭하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 무릎 꿇거나 포기할 때 정직한 고민과 대화를 통해 그런 작은 선택들을 한다는 건 참 용감하고 소중한 일이지. 사람이란 흔히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법이 가장 옳거나 유일한 선택이라고 착각하는 일이 많거든..^ ^



어린이 교양잡지 '고래가 그랬어' 고민있어요 코너에 실린
한 초등학생의 질문과 김규항씨의 답변

'고래가 그랬어'가 창간 3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어머니가 출근하시는 초등학교로 정기구독을 신청해볼까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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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 2006/09/20 10:2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재우사마, 어머니만 신청해드릴게 아니라 저도 좀 해주세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