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케트 이후 나의 최대 관심사이자 앞으로 몇 년간 나의 업무가 될,
그러나 고민할 수 록 복잡해져만 가는 정체성. identity 란 것에 대해
몇 개월째 궁금해만 하다가 이제 슬슬 관련 책자를 구해 읽어보고 있다.
일단 정체성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비현실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라는 것을,
그리고 왜 고민하면 할수록 알 수 없었던 것인지 그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짐작이라도 하게 된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랄까.
인상깊었던 몇 대목들..
+ 테세우스의 배
백 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테세우스의 배가 있다. 그런데 한 조각이 떨어져 다른 조각으로 대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부분적인 보수공사가 진행되어 결국엔 백 조각 모두를 새로운 조각으로 대체했다. 이 경우 새로 보수된 배는 원래의 배와 동일한 배인가, 아닌가? (정체성을 유지하는가?)
또다른 경우, 테세우스의 배를 한 조각씩 옆으로 옮겨서 원래의 배와 동일한 순서와 구조로 재조립하면서, 남겨진 빈 공간을 새로운 조각으로 채워놓았다면 결과적으로 생겨난 2개의 배는 원래의 배가 지녔던 정체성을 유지하는가, 상실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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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겪고 있는 정체성 확립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형이상학의 난제이다. 그런데 그 동안 우리는 이 점을 간과한 채 한국의 정체성 문제를 논해온 것이 사실이다. 정체성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문제로 여긴 나머지 정체성이란 용어를 언급하면서 별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정체성의 위기'라는 말은 일상어가 되었으며 '국적 없는'이란 표현도 흔히 들을 수 있다. 영화 [서편제]를 볼 때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를 두고 한국적인 미와 정서를 논하지는 않는다. 이는 정체성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두 영화 모두 한국인이 만든,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한국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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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한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한가의 문제이다. 만득이의 국적은 한국이고 한국에서 태어나 줄곧 한국에서 자랐다. 그러나 만득이는 햄버거를 즐겨 먹고 침대에서 잠을 자며 청바지를 자주 입는다. 또한 힙합과 재즈를 좋아하고, 피카소가 최고의 화가인 줄 알고 있으며 ... 만득이에게 이런 것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자신이 한국인임을 의심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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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를 겪으면서도 동일성.identity가 유지된다면 그 동일성을 우리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의 사진을 꺼내놓고 보자. 돌 사진부터 지금의 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나이별로 늘어놓아보면, 돌 때의 모습과 지금 모습 간에는 거의 유사점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사진 속의 인물을 동일한 사람으로 여긴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
무엇보다도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인을 중시하여
서편제보다 흥행에서 앞선 쉬리가 더 '한국적'이라고 결론내린 지은이의 말에 공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쉬리를 앞서는 서편제 같은 영화가 나오길 바래왔고
그런 의미에서 '왕의 남자'의 흥행성공은 완전 바람직하다.
p.s.
이 책을 읽고 소설로 읽는 철학. 같은 책들을 좀 샀다.
느낀점은.. 철학은 대책없이 졸리는 것이라고나 할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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