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os' Diary #1043
20090717, 금요일, 밤부터비
2002년 7월 17일, 휴일을 맞아 - 그 땐 제헌절이 공휴일이었다! - 이화에게 2시간 정도 피아노를 배우고 결정적으로 분식집에서 우동을 나눠먹다가 마음이 끌려 사귀게 된지 벌써 7년이 지났다. 머무를 집도 없고 차도 없이 비 맞고 따가운 햇빛 맞아가며 삼청동으로 남산으로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그 땐 손만 잡아도 떨렸는데, 요즘엔 결혼하고 번듯한 집 안에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서도 숨막히게 떨리기보다는 가족과 함께 앉아있는 것 같은 편안한 기분이랄까. (그러고보니 가족 맞네)
스캇 펙 박사는 남녀간의 사랑이 시작되는 단계를 정신분석학적으로 봤을 땐 문제가 생긴 일종의 퇴행현상이라고 했다. 서로에게 빠져들어 그간 애써 쌓아온 자아가 무너지고 경계도 없어졌다가 몇 년쯤 지나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결혼하고 애가 생겨있는 것이 기본 프로세스라나. 정신상태가 드디어 정상으로 회복되고 자아도 순조롭게 다시 성장하기 시작하며 그 떨리는 마음이나 설렘이 점점 사라져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사랑’을 시작할 준비가 된 것이라고. 앞 단계의 퇴행현상이 없으면 (맨 정신으로는) 결코 마음을 열고 결혼하여 함께 살 수 없고, 또 그 이후 단계에서는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진짜 사랑을 이루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신혼의 설렘이 있지만, 숨이 콱콱 막히고 정신을 잃거나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화와 나는 슬슬 진짜 사랑을 시작하는 단계가 된 것 같다. 미디어들도 자꾸 가슴 뛰는 사랑만 말고 이런 정신차린 사랑에 대해서도 드라마를 만들고 노래하면 좋겠다. 어째 TV속 중년의 사랑은 죄다 화끈한 불륜에 이혼에 복수냐.
댓글을 달아 주세요
나도 퇴행하구 싶다규~
일단 정신을 잃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