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18, 토요일, 폭우
별다른 존재감이 없었던 개그맨 유재석을 다시 보게 된 건 2000년쯤 방영된 동거동락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당시 여러 프로그램들 중에서 동거동락만 사뭇 느낌이 달랐었는데 그 차이점을 만들어낸 중심에 MC 유재석이 있었다.
그 때만 해도 MC들은 무슨 독재자처럼 프로그램 전체를 장악하고 있었다. 게스트들은 얌전히 있다가 그저 사회자가 뛰라고 하면 뛰는게 역할이었다. 출연자가 5명이든 10명이든 MC는 전체 내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런데 유재석의 진행은 달랐다. 게스트가 5명이면 유재석은 1/6만 맡고 게스트들에게 1/6씩 공평하게 시간을 나눠주었다. 게다가 그는 전혀 강압적이지가 않아서 게스트들이 마음껏 MC에게 반항(?)하고 그들의 개성을 발산했다. (동거동락의 히트코너였던 방석퀴즈는 정말 유재석이 아니면 진행할 수 없는 코너였다.) MC에 따라 프로그램의 분위기가 고정되던 당시에 유재석의 코너들은 게스트가 달라질 때 마다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TV를 잘 보지 않는 편이지만,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유재석이 나오면 꼭 보게된다. (무한도전은 시간맞춰 챙겨보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다.) 팬이 된지 어느새 10년이 되어가지만 그는 MBC, KBS, SBS를 오가며 여전히 신선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한국 최고의 프로그램들을 이끌기 위해 평소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할까. 저러다 쓰러지지나 않을까 걱정도 되고, 다른 스타들이 그러했듯이 엉뚱한 구설수에 휘말려 고생하진 않을까 불안하기도 하다. 좋아했던, 존경했던 공인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는 요즘, 유재석의 존재는 너무나도 소중하다. 지금 그의 모습이 억지로 꾸며내거나 특별한 혜택을 받은 모습이 아니라고 믿기에, 50대 6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지금처럼 큰 웃음을 주기를 기대한다. 어찌보면 한국사람들은 그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혹시나 길거리에서 유재석을 만나게 되면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