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from diary 2009/07/16 00:37


Hanos' Diary #1042
20090715, 수요일, 장마하강


한창 공부해야 할 고등학교 시절에 사춘기가 찾아와 힘들었다는 누군가의 인터뷰를 봤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등을 고민하면서 많이 울었다고.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그저 숙제하고 시험보고 선생님한테 맞고 하루 5끼씩 먹고 동물처럼 사느라 바빠서 사람은 왜 사는가?’ 류의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써놓고 보니 동물처럼 살아온 스스로가 부끄럽기도 하고, 삭막했던 당시의 환경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어쨌든 사춘기를 정신적인, 근원적인 고민이 시작되는 시기라고 한다면, 나는 이제서야 (몸은 확 늙었지만) 사춘기를 맞이하는 것 같다. 요즘 정말이지 밑도 끝도 없이 고민이 많다. 이전의 고민들은 어찌어찌 해결되거나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곤 했었는데 이런 본질적인 고민들은 정말 천국에 가지 않고서는 답을 얻을 수 없을 것 같다.

 

얼마 전 버스에 앉아 한남대교를 지나는데, 한강과 대교와 버스와 의자와 나의 경계가 불확실한 듯 느껴지면서 실제 모습은 저런 것이 아닌데 그냥 관념적으로 한강과 나를 구분 짓고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집단지성의 영향으로 모두들 그걸 당연하게 여긴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 모든 세상이, 시간을 포함한 우주 그 자체가 곧 하나님이며 자연스럽게 나도 그 일부인 것 같았다. 무슨 개똥철학을 주장하려는 게 아니라 요즘 고민한다는 내용이 대략 이렇게 밑도 끝도 없다는 이야기다. 사춘기는 대체 어떻게 진행되고 마무리되는 걸까.